김근태 이야기

[김근태이야기]2022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 · 시민공감특별상” 수상

  • 김근태재단2022.10.24

김 근 태 기 념 도 서 관



서울시 도봉구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대상지는 북서측 등산객을 대상으로 즐비한 식당가와 남동측 아파트 단지로 빽빽한 주거지역 사이 도시와 자연의 접점에 자리한다. 이러한 입지 특성상 지역주민의 방문뿐 아니라 곁을 지나는 다양한 연령대 등산객의 호기심 어린 발길 또한 잦다. 이에 도서관 사용자를 위한 내부 공간만큼이나, 주변에 잠시 머무는 이들을 위한 외부 공간 조성과 그 사이 연계가 만들어내는 예기치 못한 공간적 가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담았다. 이를 통해 안팎이 함께 어우러져 도시의 다양한 이벤트를 품어내는 내·외부 연계의 소통체이자,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김근태 전 의원을 기리며 우리가 걸어온 민주화 역사의 기록을 보관·전시·공감할 수 있는 라키비움으로 설계되었다.


대지와 건축의 사이


달팽이를 닮은 대지. 그 안에 잠재된 수많은 건축적 가능성 중 하나를 불러내는 일은 단순한 그리드의 규칙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드 체계는 건물의 골조와 외부 바닥의 패이빙 패턴, 내부 공간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며, 안으로는 효율적 공간구조를 제공하는 한편 밖으로는 대지 경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대지가 품어온 숨은 공간 조직을 드러낸다. 이렇듯 대지 전체에 걸쳐 체계화된 그리드의 사이공간은 ‘INFILL SYSTEM’으로 채워진다. 외부 입면은 벽돌, 유리, 목재, 창호, 문 등의 건축 재료와 요소로, 내부는 서가, 책상, 벽과 같은 물리적 요소와 더불어 도서관 사용자의 다양한 표정과 행위로 그 “채워짐”을 완성한다.


내부 공간


대지에 적용된 구축방식은 내부에서 또한 적용된다. 하얀 벽과 기둥이 만들어내는 공간 시스템의 사이는 천정의 목재 루버, 흰 벽을 닮은 서가, 그리고 외부의 풍경으로 채워져 도서관의 내부 경관을 완성한다. 내부의 여러 공간 중 특히 시선을 끄는 계단형 서가는 방문자의 주요 수직 동선이자 책과 서가를 입체적으로 체험하며 교감하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바닥을 딛고 서는 행위를 넘어 앉고, 만지며 경험함으로써 건축물과 사용자의 보다 적극적 방식의 소통이 발생하는 이 공간은 저마다의 장서와 배치를 가진 층별 공간을 하나로 융합한다. 도서관 서측 한켠 3개층이 열린 형태로 자리한 ‘김근태 추모서가’는 비워짐으로 채워져 책만이 아닌 고 김근태 의원의 정신과 생각의 여운을 담아내며, 빛과 음영이 그리는 시간의 흐름을 도서관 내로 드리우며 각 층의 다른 시점에서 도서관의 이정표로 작동한다. 한편 도서관의 북측에 자리하는 전시공간은 열람공간과 지속적으로 소통·순환하는 수직·수평적 연속성을 가진다. 고 김근태 의원의 다양한 기록물과 민주화 발자취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드러내는 이 공간은 마치 백색의 도화지처럼 하나의 배경으로 작동한다.


중정 공간


2개의 필지로 구성된 대상지에 하나로 작동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두 건물의 양 끝은 브리지형 통로로 연결된다. 연결되고 남은 사이의 외부공간은 자연스레 두 공간의 중정으로 자리하고, 건물의 내부에 다시 외부를 품으면서 겹겹의 공간과 깊이를 만들어 낸다.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하며 내·외부가 반복되는 공간구조는 너와 나, 서로를 확인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외부 공간


북한산 국립공원이 인접한 대상지는 서측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 동측으로는 수락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조망점이다. 자연을 배경 삼아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담아낼 입체적 외부공간이 도서관의 곳곳에 자리하며 때로는 자연을 향해, 때로는 도시를 향해 크고 작은 소통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도서관과 전시실을 잇는 2층의 외부공간 ‘추모루’는 도서관의 서측, 그 끝을 보여주지 않고 점층적으로 숨어드는 입면의 끝단에서 마치 전통 건축의 누각과 같은 쉼의 공간을 만들며 곁을 지나는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도시와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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